서영옥이 만난 작가

Views 76 Votes 0 2019.09.19 09:04:21

서영옥이 만난 작가

대구신문 2018.10.2  http://www.idaegu.co.kr/news/photo/pdf/0501/2018/10/02/20181002-18.pdf

 

현실과 허상의 경계를 탐색하는 비현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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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r Mond in den Alpen 2018-1  Oil on Canvas   324.4cm X 112.1cm   2018 


관점이나 시각을 제한하고 싶진 않아요. 저마다 자유롭게 느끼시면 됩니다.” 화가 김영환이 자신의 작품 앞에서 한 말이다. 인터뷰가 어색한 작가와 진솔한 대화를 나눈 것은 작은 소득이었다. 96일 그의 10회 개인전이 열리던 대백프라자 전시장에서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Alps Moon(알프스의 달)이다. 달은 선명한 구의 형태로 솟아올라 익숙한 듯 낯설게 낯과 밤을 환하게 비추었다.

 

김영환의 그림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비현실경이다. 풍경은 무중력에 가깝고 달빛이 때론 햇빛보다 강하다. 호수와 대지, 설산 등을 탄생시킨 미세한 선묘와 색감들은 서로 조화롭다. 섬세한 필치로 아로새긴 자연은 표면 저편에 자리하는 심연의 환영인가 싶다. 웅장함과 정교함이 기묘하게 어우러져 긴장감을 자아낸다. 감각적이면서도 경직된 화면이 일면은 날카롭다. 데페이즈망(Depaysement : 사물을 일상적인 관계에서 추방시켜 이상한 관계에 두는 것)이 더해져 신비감도 감돈다. 그것이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들며 우리를 여기와 시각 너머의 세계로 안내한다. 대체로 설득력 있는 표현이다. 더불어 문학성도 짙다. 모두 환상화법이 토대되었다. 환상화법은 작가 김영환이 20여년 이상 추구해온 화법이다. 그 출발점은 198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6년은 작가가 유학길에 오른 시점이다.

 

김영환은 해외 유학파이다. 한국에서 미술대학을 졸업한 후 비엔나 환상적 리얼리즘에 매료되어 오스트리아로 가 20대 후반에 국립 안게반테에 입학한다. 그는 1600년경에 발족한 보수적인 아카데미가 아닌 좀 더 유연하고 자유로운 교육시스템을 자랑하는 안게반테를 선택했다. 2001이라는 경쟁률을 뚫고 안게반테 미술대학 회화과에 입학한 그는 교수들의 찬사를 받으며 동 대학교 대학원 과정까지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다. 학업을 마친 후 학교에 남으라는 학교 측의 제안을 뒤로하고 6년 만에 귀국을 결행(1991)한 것은 고국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다. 귀국 후 지금(2018)까지 작업을 방해하는 수많은 유혹을 멀리하며 전업 작가의 길을 가고 있는 그의 그림은 환상화법이 꾸준하다.

 

비엔나 환상파는 세계 2차 대전 이후 비엔나 미술학교의 알베르트 파리스 퀴터슬로 교수의 제자들(루돌프 하우스너, 볼프강 후터, 안톤 렘덴, 에른스트 폭스, 아릭 브라우어 등)에 의해 형성된 미술 표현양식이다. 초현실주의(surrealism) 화가들과 동행하다가 노선을 바꿔 화려한 색과 정밀묘사기법으로 문학적인 회화에 주력하면서 1960년대 이후부터 주목을 받은 작가 군이다. 김영환은 비엔나 환상파 창시자 중 한 사람인 볼프강 후터의 제자이다. 그러니까 김영환은 오스트리아 비엔나 환상파 2세대 작가인 셈이다.

 

작가의 이력을 소상히 밝힌 이유는 그가 추구하는 화법은 물론 녹록치 않은 작업여정을 소개하기 위해서이다. 김영환의 화법은 오롯이 작가의 아이디어와 노동력에 기댄다. 그가 작업과정에 기울이는 노력은 어떤 일에 정통하려고 철저하게 임하는 장인정신에 버금간다. 상당히 긴 호흡으로 작업하는 그가 직관적으로 쌓아올린 물감의 층간은 시간의 지층 다름 아니다. 여러 겹의 바탕칠을 마친 나무위에 결이 남지 않도록 부드러운 붓으로 두드리는 것도 장인정신의 일환으로 보아야 할 듯하다. 완성작 이면에 가려진 작업과정의 치밀함과 작가가 추구하는 예술철학을 간과할 수 없는 이유이다. 마치 중세 종교 이야기를 패널에 고정시킬 때처럼 그의 그림은 영혼과 얼 마음 정신 등, 보이지 않는 것을 물질화 한다. 인간이 지닐 수 있는 감정의 공통분모를 그림이라는 매체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 점에서 김영환의 회화적 설명은 굉장히 친절하다. 한편 맛을 과하게 추구하면 음식의 가치가 간과되듯 지나치게 조형에 치우치면 의미가 제한된다고 하면 사족이라고 할까. 하지만 메시지는 하나로 연결된다. 작가는 치열하게 이성적 존재와 감성적 사유의 본질을 회화를 통해 관철시켜 나아가고 있다.

 

김영환에게 자연은 하나의 텍스트이다. 작지만 결코 작지 않은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묘사할 수 있는 테마이다. 물은 반사의 힘이 강하다. 반사로써 공간의 확장과 시간을 연장시킨다. 심리적인 공간이자 시간의 확장으로 봐도 좋다. 물에 비친 풍경은 거울의 의미이다. 내면으로 난 창으로 봐도 좋다. 강력한 투과력으로 실재와 허구를 중첩시킨 물속의 풍경은 존재의 재인식을 불러온다. 공허한 현실과 미지의 세계, 작가는 물을 통해 그 경계를 탐색한다. 물은 유사성과 닮음을 직접적으로 대비시키며 실제와 허구를 역설한다. 판타지의 세계와도 맞닿는다. 어쩌면 작가의 인식 그 어딘가에 잠재된 세계인지도 모르겠다. 가속화된 문명에 대한 거부감 내지는 경고는 아닐까. 그것이 우리의 시각과 사유를 확장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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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r Mond in den Fitzroy 2019-1  Oil on Canvas  290.9cm X 197cm (300P)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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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r Mond in den Alpen 2018-4   Oil on Canvas   116.8cm X 80.3cm   2018


노란색과 핑크색에 이어 심지어 흰빛으로 뜬 달은 관찰자를 정확하게 응시한다. 해가 양()이라면 달은 음()에 속한다. 그러나 김영환의 달은 그 룰을 깰 듯이 양() 이상의 기운으로 당당하다. 어머니나 성모마리아 여성으로 대변되는 달은 음 기운을 저버린 강렬한 빛을 내뿜는다. 한국인의 정서에서 조금 먼 거리에 뜬 달이 인상적이다. 작가는 지친 몸과 마음이 쉴 수 있는 영혼의 친구 같은 장소로 알프스를 꼽았다. 그가 호출한 것은 기억의 공간이며 그곳에 휴식이 있다고 믿는다. 바로 알프스에 뜬 달은 그것을 압축한다. 경험이 없는 자에게는 상상 속의 달이지만 상상력은 긴장과 이완에 더한 재미를 동시에 맛볼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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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r Mond in den Alpen 2018-12   Oil on Canvas   90.9cm X 65.1cm   2018


김영환의 화법은 대체로 치밀하다. 그 치밀함이 모순으로 포장된 현대를 해부하는 듯하다. 안온한 풍경 이면을 펼쳐보면 불합리와 편견, 현대의 치졸한 속내를 발가벗기는 날선 비판이 내재된 듯하다. 새로움에 적응하기 위하여 몰아쉬는 가쁜 숨이 우리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는 현대이다. 물질과 기계에 속박당한 삶을 대변하느라 바빠진 것은 미술도 예외는 아니다. 마르셀 뒤샹의 변기 이후 우리는 빠르고 새로운 것만이 온당한가 라는 질문을 현대미술을 통해서 던지곤 한다. 김영환의 화법은 이러한 현대사회의 빠르고 바쁜 단면에서 한발 물러나 있다. 다소 은폐적이기도 한 그의 그림은 느린 템포가 밑바탕이다. 그만큼 우리도 작가가 추구하는 느림의 미학에 발맞출 때 진솔한 소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작가가 추구하는 삶과 예술의 핵심적인 가치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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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r Mond in den Alpen 2018-3  Oil on Canvas   162.2cm X 112.1cm   2018 


20189월 서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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