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상적 리얼리즘 - 김영환展 』
Kim Younghwan Solo Exhibition :: Painting
 ▲ 김영환, 사계, 목판에 유채, 30x30cm, 2010
전시작가 ▶ 김영환(Kim Younghwan) 전시일정 ▶ 2012. 03. 08 ~ 2012. 03. 19 초대일시 ▶ 2012. 03. 08 PM 5:00 관람시간 ▶ Open 10:00 ~ Close 19:00 ∽ ∥ ∽ 갤러리 팔레 드 서울(Palais de Seoul) 서울 종로구 통의동 6 T. 02-730-7707 www.palaisdeseoul.net
● 환상과 리얼리즘 사이
★김종근(미술평론가, 홍익대 겸임교수)
김영환 화가의 작품에 대하여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오스트리아 비엔나 환상파에 대하여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의 화풍은 비엔나 환상적 사실주의(幻想的寫實主義)에서 태어나 그곳을 향해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알려져 있다시피 이 미술사조는 제2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비엔나 조형미술아카데미의 귀터슬로(Albert Paris Gutersloh) 교수 밑에서 공부하며 작업을 시작한 하우스너(Rodolf Hausner), 렘덴(Anton Lehmden), 후터(Wolfgang Hutter) 등의 화가들에 의해서 이루어진 미술작품의 표현 양식을 말한다. 이들이 담아내고자 했던 주제는 잊혀진 신화 속의 피안의 세계에 대한 동경이었다. 중세 문화에 심취 하였던 비엔나 환상파 작가들의 작업은 의식 밑의 영역에 대한 강렬한 동경과 기묘하고 침울한 환상, 묵시록적인 비전 등을 표현 하는 것이 특징이었다. 이들은 뛰어난 테크닉으로 기술적인 정교함을 통해 환상적인 우주 신화를 추구하고, 전생의 기억, 완전무결한 자연에 대한 환영을 재현하기를 갈망했다. 구상적인 회화를 고집했던 비엔나 환상파의 이 같은 화풍은 화려한 색채와 정밀한 묘사 기법으로 문학적인 회화 세계를 이룩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이러한 비엔나의 미술적 분위기로 보아 김영환이 비엔나 유학을 결정한 것은 이러한 화풍을 선호했기 때문이라는 추정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 김영환, 소녀의 기도, 목판에 유채, 60.6x90cm, 2010
▲ 김영환, 진주귀걸이 소녀의 사랑, 목판에 유채, 53x38cm, 2010
클림트(Gustav Klimt. 1862~1918)와 쉴레(Egon Schiele. 1890~1918) 같은 작가들이 그의 기법적 모델이 되지는 않았지만 투명한 색채에 의한 화려한 장식과 감수성, 그리고 신화적 이미지라는 소재에 적합한 회화적 표현효과를 인상 깊게 수용 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의 그림에는 이처럼 비엔나 환상파가 가지고 있는 서정적이고 감미로운 시적인 효과가 담겨 있다. 또한 비현실적인 요소들도 있다. 그 비현실성은 때로는 구체적이고 리얼하게 환상적 공간에서 나타난다. 그의 그림 속 대표적 형식으로 부를 수 있는 아름다운 여인의 야누스적인 두 얼굴, 장식적인 꽃, 그리고 그림 공간에 언제든지 상징적으로 등장하는 새는 그의 회화임을 말해주는 아이콘이다. 당대 최고의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와 쌩긋 웃고 있는 어린 여자아이, 그리고 그 공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새, 이러한 회화의 구성은 초현실적인 구성세계의 중요한 패턴으로 해석되는 장면이다. 이처럼 김영환 작품은 쉬르레알리즘의 계보 속에 있으면서도 그들에 묻히지 않고 화려한 색채와 정밀한 묘사 기법으로 문학적인 알레고리류의 회화세계를 펼쳐 보인다. 한 때 그는 빈에서 “회화를 전공하기 위해 먼 동방의 나라에서 유럽으로 온 한 사나이 김영환!”으로 불렸다. 특히 유럽회화에 대한 지독한 열정으로 대형 캔버스를 거대하고 풍요하고 가득하게 채웠다. 그는 또한 환상적이고 낭만적인 분위기가 가득한 사실주의 기법으로 고집스럽게 회화사에 있어 전통적인 목판위의 그리는 방법을 이어왔다.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아름다운 여인들, 아이들이 그의 그림세계에 등장하면서 그의 화면 속에는 우리가 망각하며 살았던 혹은 무심했던 감정들, 또 다른 피안의 세계의 스토리텔링이 그려진다. 이러한 흐름이 근작들에서는 더욱 집요하면서도 일관되게 환상적 사실주의의 지평을 열어 보이고 있다. 그 묘사해 낸 초상화나 조각상, 명화의 재현 등 대부분 작품에서 우리는 장인처럼 끄집어 낸 정확한 데생력과 반복적인 붓질이 가져다 준 그윽하고 깊은 색채가 주는 감동적인 순간들을 만나게 된다. 결코 단순한 색채가 아닌 반복과 중첩의 제스처에서만 가능한 중후한 색채의 지층, 경쾌하면서도 깊은 인물의 분위기를 마주할 때 우리는 중세나 18-19세기의 진지한 회화의 맛을 그의 작품에서 맛보게 된다. 그것은 그의 작품들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며 힘이다. 한결같이 작품 속에 보이는 회화성은 종래 우리나라 화단에서는 경험 할 수 없는 깊이감이 있는 세계임은 분명하다.
▲ 김영환, Akt1, 캔버스에 유채 130.3x80.3cm, 2012
예를 들면 오드리 헵번의 정숙하고 단아한 풍경 위로 새침한 눈물을 글썽이는 어린 소녀의 눈물과 그 공간을 가로지르면 날아가는 파랑새의 풍경은 알 수 없는 애틋한 애잔한 감정들이 그러하다. 안젤리나 졸리가 배경으로 있고, 어린 흑인소녀의 표정, 최고의 톱스타가 그동안 입양하고 키워왔던 사랑의 한 단면을 그대로 읽게 하는 상황. 이처럼 김영환의 작품에는 어떠한 상황이 연출되는 상황의 오버랩이나 미묘한 스토리가 자연스럽게 겹쳐지는 구성적 기법을 빈번하게 보여진다. 그런 작품에 이상과 현실이 교차하는 듯한 구성에 빠져들게 되면 우리는 자유로운 시공간을 넘나들고 있는 한 화가의 영혼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분명 현실의 세계는 아니듯 피안의 세계이다. 그래서 그의 풍경은 우리들 삶의 풍경이지만 동시에 이상과 현실의 지평에 선 예술가의 고뇌의 풍경이다. 아름다운 여인이 있고 그 뒤로 멀리 또 다른 얼굴의 여인이 언제 한 공간 안에 있다. 그것은 사람이고 그것은 사랑에 관한 추억이다. 어쩌면 여기서 새는 그 이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매개체로서의 메신저이자 사랑의 수호신일 것이다. 멀리 대지의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 인상과 함께 미모의 여인들은 이렇게 우리가 꿈꾸는 여인과 기억 속에 여인으로 마주하며 놓여있다. 궁극적으로 김영환의 작품들은 그가 도달 할 수 없는 끊임없는 이상향의 세계를 바라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를 둘러싸고 있는 가질 수 있는 세계와 가질 수 없는 세계 속에서 그의 이데아의 이미지가 태어난다. 그 이미지들이 영원히 정지되어 있는 포즈와 그것을 감싸고 있는 우아한 색채, 화면의 평면성을 원근으로 이끌어내는 명상적인 사색이 다가온다. 그런 김영환의 작품들은 한결같이 고전적이며 시간이 정지된 것 같은 신화적 유감적인 무드를 보여준다. 몽환적인 배경 속 인물들의 제스처와 몸짓이 고대 그리스 조각의 조화를 연상시키듯 동시에 몽상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하는 듯하다. 끊임없이 화폭 속에 살아나는 환상, 그의 이상과 현실은 아름답고 즐거운 환상의 세계이다. 우리가 그의 그림을 진정성이 가득한 그림으로 보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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